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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ues

태생적으로 어둠을 즐기던 인간(ft. 힘들면 피하고 싶은 욕구)

by Thinker 2020. 5. 28.

태생적으로 어둠을 즐기던 인간(ft. 힘들면 피하고 싶은 욕구)

 

어둠의 인간

 

 

 

인간들은 주위가 어두워지면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낀다. 어둠이 무섭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도 그렇다. 어둠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10대나 20대 때 무서움을 극복하기 위해 흉가를 가거나 야밤에 산을 올라가  무서움을 극복하는 훈련을 받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무섭다. 영화를 봐도 그렇다. 영화 시작장면부터 만약 여자 주인공이 어둠속에서 급히 도망가는 모습을 보기라도 하면 심장이 쫄깃해진다. 그런 영화의 결론은 결국 두 가지다. 어둠에서 죽음을 맞이하느냐? 아니면 살아남느냐? 

 

어릴 때 부모님, 형, 누나, 언니, 오빠들과 집에서 숨박꼭질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누군가 숫자를 세고 있으면 아이들은 열심히 숨을 곳을 찾는다. 그렇게 집안을 돌아다니며 찾은 장소가 대부분 불이 꺼진 어두컴컴한 곳이다. 걔중에 더 어린 아이들은 눈을 감으면 어두워지고 볼 수 없다는 걸 알고 그 자리에서 눈을 감기도 한다. 최소한 눈을 감으면 자기자신도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어두워서 자신을 못 찾을거란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어둠속 숨박꼭질

 

 

어쨌든 숨박꼭질 하느라 숨은 아이는 어두움속에서 밝은 곳을 보면서 누군가 나를 찾지 않을까 마음을 졸인다. 그런 칠흙같이 어두움속에서도 이 순간만큼은 어둠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다. 어둠보다 무서운 것은 누군가가 나를 발견하는 것이 더 두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둠속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편안함을 느낀다. 분명히 어둠을 무서워하는 인간인데도 말이다. 


무서워서 눈감은 아이

 

그러다 어느 정도 자라면 눈을 감아서 어두컴컴하여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못 찾을거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다만 이제부터는 어둠은 그 아이 인생에서 선택의 요소가 된다. 어두우면 보이지 않는 것을 알기 때문에 속상한 일이 있으면 깜깜한 이불속을 찾아들어간다. 기분 나쁜일 있으면 또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그 다음 어둠속에서 운다.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둠속에서는 뭔가가 편하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반대로 심리적 안정감을 얻게 된다. 


더 자라게 되면 또 다른 어두운 곳을 발견하게 된다. 신기한 것은 이 어두운 곳은 지금까지 불을 키거나 전등을 밝혀서 어둠을 사라지게 할 수 없는 곳, 바로 영원히 어두운 곳이다. 맞다. 그것은 바로 죽음이다. 이젠어둡게 숨을 곳을 찾을 필요도 없다. 눈가를 촉촉히 적시며 후회도 하고 마음을 달래던 이불도 필요없다. 심지어 무거운 몸덩어리도 필요없다. 영원한 어둠에서 평안히 쉬면서 지낼날만 남았다. 그날은 지금 당장 갈망하는 사람도 있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인간은 본능을 거부할 수 있다. 

 

삶에서 그 본능이 불쑥불쑥 튀어오를 때 

내가 사라진 인생에 남은자들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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